네이버 포털 카페에 가면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일미즐)와 ‘러니의 스릴러 월드’(러니)를 찾을 수 있다. 두 군데를 다 가서 글들을 읽다 보면, 묘하게 경계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미즐’에는 일본의 미스터리와 스릴러, ‘러니’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스릴러가 주로 다루어지는 것이다. 간혹 ‘일미즐’에 서구 스릴러, ‘러니’에 일본 미스터리에 관한 글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가끔이다. 즉 일본 미스터리와 서구 스릴러의 독자가 겹쳐지는 경우는 소수다. 대체로 일본 추리나 서구 추리 중 하나를 주로 독파하고, 다른 쪽에 대해서는 읽기 힘들다거나 취향이 아니라며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게 정말일까? 일본 추리와 서구 추리는 많이 다른 것일까?

형식만으로 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통칭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여기에는 대단히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밀실 추리나 알리바이 조작을 풀어내는 전통적인 미스터리, 사건을 추적해가며 액션을 곳곳에 배치하는 하드보일드 스타일,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교묘하게 묘사나 표현을 통해 독자를 속이며 게임을 벌이는 서술 추리, 범인의 심리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심리 추리 등등 ‘추리소설’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많다. 서구 추리이든, 일본 추리이든 이런 유형 중에서 어느 하나를 택하거나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은 동일하다.

형식적인 차별성보다는, 일종의 정서나 톤의 차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일본 추리는 극단적이다. 사회파의 경우에는 정서에 호소하는 방식이 많다. 이를테면 요코야마 히데오의 <사라진 이틀>은 이틀간의 트릭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물의 마음이 더욱 중요하다. <용의자 X의 헌신>도 비슷하다. 반면 트릭에 치중하는 <십각관의 살인>(사진) 등 신본격(트릭과 반전 등 수수께끼 풀이에 초점을 맞춘 추리소설)은 그런 정서를 철저히 배제한 뒤, 오로지 게임의 룰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은 아주 원칙적인 분석이다. 지금은 사회파든, 신본격이든 고정공식 자체가 이미 허물어져 있다.

그에 비해 서구 추리소설은 다소 건조하고 논리적인 분석에 치중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애정이나 탐구가 부족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또한 일본 추리소설의 애독자는 서구 추리에 대해, 지나치게 묘사가 많고 이야기가 흩어져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사실 그게 서구 추리의 끈질긴 매력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일종의 장벽이 되기도 한다. 서구 추리의 독자는 어릴 때부터 꾸준하게 서구 추리의 매력에 빠져 그런 스타일에 익숙해진 것이고, 정통적인 유형의 추리와 스릴러에 매혹된 이들이 많다.

그러니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라거나 내 곁에 존재할 것만 같은 인물에 얽힌 범죄를 만나고 싶다면 일본 추리를, 서서히 범인의 정체로 근접해가는 ‘수사’를 보고 싶거나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스릴과 액션을 만나고 싶다면 서구 스릴러를 보면 좋을 것이다.

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Posted by 저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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