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주의 책말잇기
<타우누스> 시리즈의 묘미는 독일 사회에 현미경을 들이댄 듯 생생한 묘사다.

서점에 가면 추리 소설 코너는 빼놓지 않고 들른다.
유머 감각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역사 소설부터 SF까지 장르 불문 사회파 미스터리의 자장을 확장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 등 일본 유명 추리 작가의 신간을 확인하고 나면 영미권 대가의 고전을 영접할 차례다. 아서 코난 도일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 쪽이 취향에 맞다. 살인의 무대는 주로 한적한 시골마을이나 고상한 상류층 집안. 평온을 가장한 일상의 음지를 들춰보면 어김없이 일그러진 악(惡)의 단초가 드러난다.
‘크리스티 여사’의 시선은 항상 인간의 본성을 향해 있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탐정 캐릭터 ‘마플 부인’이나 ‘명탐정 포와로’는 현장을 발로 뛰는 대신 용의선상에 오른 개인이나 집단의 본질을 주시한다. 연륜에서 얻은 인류학 내지는 정신분석학적 지혜로 이면을 꿰뚫어 보고 묵은 고름을 터뜨리고야 만다. 간혹 영국 사회의 뒤틀린 구습이나 2차 세계대전 전후의 국제 정세가 살해 동기에 얽혀 있기도 하다.
어떤 경우든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 소설은 이성보다 감성의 흔적이 역력하다. 그건 그녀의 드라마틱한 인생과도 연관이 있을 테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영국 여왕에게 ‘귀부인(Dame)’ 칭호를 얻을 만큼 명성을 떨쳤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머니의 의문사와 그로 인한 신경쇠약, 실종 등 끝없는 비극에 시달려야 했다. 그녀 자신도 도저히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생애였다.
글은 쓴 사람을 닮는다.
이 진리를 확인시켜 준 또 다른 이가 바로 넬레 노이하우스. 영미권과 일본 작가가 대부분인 국내 추리 소설 베스트셀러 순위를 2년째 지키고 있는 독일 출신 신인이다. 지난해 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첫 출간될 때만 해도 그녀는 ‘듣보잡’ 작가였다. 그러나 울창한 숲과 고성이 어우러진 독일의 작은 마을 타우누스에서 벌어진 미소녀 실종사건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리더니, 32주 동안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타우누스> 시리즈 4탄에 해당하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이어 2탄 <너무 친한 친구들>과 5탄 <바람을 뿌리는 자>가 국내 소개되면서 넬레 노이하우스는 인기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동물적인 직관을 가진 소설 속 여형사 ‘피아’와 청렴하지만 여자에게 약한 미중년 수사반장 ‘보덴슈타인’ 콤비도 사랑받는 캐릭터가 됐다. 기실 ‘탐정’으로서 피아 콤비는 황당할 만큼 허술하다. 단서를 찾고도 엉뚱한 방향을 헤매거나 피아의 무당 뺨치는 ‘신기’로 겨우 위기를 모면하기 일쑤다.
대신 <타우누스> 시리즈의 묘미는 독일 사회에 현미경을 들이댄 듯 생생한 묘사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시리즈의 첫 작품을 자비로 출판해야 했다. 문학적 배경이 미흡한 소시지 공장 안주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시지를 사러 온 각계각층 손님과의 대화에서 그녀는 위선적인 환경운동가, 질투심 강하고 잔혹한 이웃들에 관한 이야기에 착안했다. 트릭에 대한 강박 대신 생활인다운 풍자를 감칠맛 나게 새겨냈다. 그러니까, <타우누스> 시리즈는 오직 넬레 노이하우스여서 가능한 이야기였다. ‘소시지 공장 안주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묘미는 독일 사회에 현미경을 들이댄 듯 생생한 묘사다.

서점에 가면 추리 소설 코너는 빼놓지 않고 들른다.
유머 감각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역사 소설부터 SF까지 장르 불문 사회파 미스터리의 자장을 확장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 등 일본 유명 추리 작가의 신간을 확인하고 나면 영미권 대가의 고전을 영접할 차례다. 아서 코난 도일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 쪽이 취향에 맞다. 살인의 무대는 주로 한적한 시골마을이나 고상한 상류층 집안. 평온을 가장한 일상의 음지를 들춰보면 어김없이 일그러진 악(惡)의 단초가 드러난다.
‘크리스티 여사’의 시선은 항상 인간의 본성을 향해 있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탐정 캐릭터 ‘마플 부인’이나 ‘명탐정 포와로’는 현장을 발로 뛰는 대신 용의선상에 오른 개인이나 집단의 본질을 주시한다. 연륜에서 얻은 인류학 내지는 정신분석학적 지혜로 이면을 꿰뚫어 보고 묵은 고름을 터뜨리고야 만다. 간혹 영국 사회의 뒤틀린 구습이나 2차 세계대전 전후의 국제 정세가 살해 동기에 얽혀 있기도 하다.
어떤 경우든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 소설은 이성보다 감성의 흔적이 역력하다. 그건 그녀의 드라마틱한 인생과도 연관이 있을 테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영국 여왕에게 ‘귀부인(Dame)’ 칭호를 얻을 만큼 명성을 떨쳤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머니의 의문사와 그로 인한 신경쇠약, 실종 등 끝없는 비극에 시달려야 했다. 그녀 자신도 도저히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생애였다.
글은 쓴 사람을 닮는다.
이 진리를 확인시켜 준 또 다른 이가 바로 넬레 노이하우스. 영미권과 일본 작가가 대부분인 국내 추리 소설 베스트셀러 순위를 2년째 지키고 있는 독일 출신 신인이다. 지난해 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첫 출간될 때만 해도 그녀는 ‘듣보잡’ 작가였다. 그러나 울창한 숲과 고성이 어우러진 독일의 작은 마을 타우누스에서 벌어진 미소녀 실종사건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리더니, 32주 동안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타우누스> 시리즈 4탄에 해당하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이어 2탄 <너무 친한 친구들>과 5탄 <바람을 뿌리는 자>가 국내 소개되면서 넬레 노이하우스는 인기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동물적인 직관을 가진 소설 속 여형사 ‘피아’와 청렴하지만 여자에게 약한 미중년 수사반장 ‘보덴슈타인’ 콤비도 사랑받는 캐릭터가 됐다. 기실 ‘탐정’으로서 피아 콤비는 황당할 만큼 허술하다. 단서를 찾고도 엉뚱한 방향을 헤매거나 피아의 무당 뺨치는 ‘신기’로 겨우 위기를 모면하기 일쑤다.
대신 <타우누스> 시리즈의 묘미는 독일 사회에 현미경을 들이댄 듯 생생한 묘사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시리즈의 첫 작품을 자비로 출판해야 했다. 문학적 배경이 미흡한 소시지 공장 안주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시지를 사러 온 각계각층 손님과의 대화에서 그녀는 위선적인 환경운동가, 질투심 강하고 잔혹한 이웃들에 관한 이야기에 착안했다. 트릭에 대한 강박 대신 생활인다운 풍자를 감칠맛 나게 새겨냈다. 그러니까, <타우누스> 시리즈는 오직 넬레 노이하우스여서 가능한 이야기였다. ‘소시지 공장 안주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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