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 윤빛나 기자] 2011 영화계를 논하면서 '스크린셀러'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도가니>와 <완득이> 등 원작 소설로 이미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그리고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가 먼 작품들이 눈에 띈다.

2012년에도 베스트셀러는 콘텐츠에 목마른 충무로를 촉촉하게 적시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책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도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유명 서적들이 줄줄이 영화화돼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2011년도 하반기 출판시장을 주름잡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 『스티브 잡스』가 영화화된다. 이미 소니에서 판권을 구입했으며, <소셜 네트워크>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했던 아론 소킨에게 각색을 요청한 상태다. 특히 <할리우드 리포터>가 스티브 잡스 역할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를 설문조사결과, 젊은 스티브 잡스로는 앤드류 가필드, 샤이아 라보프, 애쉬튼 커쳐가, 중년의 스티브 잡스로는 키아누 리브스, 랄프 파인즈, 노아 와일이 꼽혀 영화화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일본 유명 추리소설들의 영화화도 눈길을 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자, 역대 일본추리소설 베스트 10에 드는 미스터리의 걸작으로 꼽히는 『화차』는 일본보다 먼저 국내에서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선균과 김민희가 캐스팅됐으며, 올해 초 개봉을 앞두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 나선 남자가 약혼녀의 실종 이면에는 빚으로 인해 화차(火車)에 올라타고 만 개인파산자의 비극이 숨겨져 있었음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역시 일본 유명 추리소설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도 한국판으로 영화화된다. 이 작품은 2006년 제134회 나오키 상 수상작으로, 현재 류승범과 이요원이 캐스팅된 상태다.






한편 영화계에서 가장 탐내는 작가 중 한 명인 정유정의 『7년의 밤』은 근래 원작료 가운데 최고 수준의 계약금과 러닝 개런티를 받고 영화화를 확정했다. 『7년의 밤』은 확실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탄탄한 서사 구조, 신비롭고 음침하게 묘사된 소설 속 배경 '세령호' 등 영화적 요소를 두루 갖춰 영화사 15곳에서 러브콜을 받았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과 연출선정 작업 중이다.

정유정과 마찬가지로 여성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도 여러 군데의 영화화 제의를 받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1년 출간돼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던 『등대지기』도2012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어린 시절의 상처 탓에 어머니와 떨어져 살게 된 등대지기가 성인이 된 후,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사는 모습을 담았다. 일찌감치 김수미가 어머니 역에 낙점됐으며,내년 초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밖에도 70대 시인과 17세 여고생 은교, 30대 제자 서지우의 삼각멜로를 담은 박범신 작가의 화제작 『은교』,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를 주인공으로 고종시대 왕실 내 음모와 정쟁을 그린 『노서아 가비』 등 독특한 소재의 소설들도 영화화 대열에 합류했다.

이처럼 2012년에도 수많은 베스트셀러들이 스크린 속으로 뛰어든다.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베스트셀러가 영화화되는 일은 거의 관행처럼 굳어진 상태다. 과거에 비해 영화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갖추고, 영상화가 쉬운 작품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도나도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다 보면 문학계 자체가 파괴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단 문학 자체로 인정받은 후, 영화화 논의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흐트러지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osted by 저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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