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직접 쓴 사건 21세기형 추리소설
도진기 지음ㅣ들녘ㅣ각권 1만2천원
현직 판사가 쓴 미스터리 추리소설집 두 권이 서점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는 이미 추리소설을 낸 경험이 있는 도진기 판사다. 본격 미스터리소설 시리즈 ‘어둠의 변호사’는 사건에 대한 의문과 범인의 트릭을 논리적으로 파헤쳐 진실을 규명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소설에서 ‘어둠의 변호사’ 고 진을 등장시켰다. 법조인으로 사건을 분석해 온 경험을 소설에 녹여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백 퍼센트 상상에 의존한 글”이라고 경험적 소재 적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글에는 법 구조의 문제점과 논리의 비현실성이 녹아있다. 가령 “형사소송법과 온갖 구질구질한 절차를 거쳐서 겨우 고양이 눈물만큼 밖에는 처벌할 수 없는 법률의 굴레가 싫어서 법원을 나와 버렸다”는 문장은 그것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형 탐정을 표방한 ‘어둠의 변호사’ 고 진은 어쩌면 작가와 닮은 모습일 것이다. 판사직을 내던지고 법의 테두리 안팎을 넘나들며 암약하는 주인공 변호사의 모습에 작가의 자아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또 다른 주인공 이유현은 경찰대를 졸업하고도 제 발로 강력계에 발을 디딘 열혈 경찰이다. 그들의 활약은 추리소설의 전설이 된 ‘홈스와 왓슨’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두 주인공은 ‘홈스와 왓슨’의 잔영에서 벗어나 개성 강한 캐릭터로 각인된다.
작가는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구조를 명쾌하고 확실한 논리로 풀어내면서도 범죄를 일으킨 범인과 범죄를 해결하려는 ‘어둠의 변호사’ 사이의 욕망에도 돋보기를 들이댄다. 단순히 논리와 추론에 맞춰 평면적으로 인물들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층적인 인간의 내면과 실체를 드러낸다. 그 속에는 꿈틀대는 추악한 욕망이나, 자기 목숨에 대한 사랑보다 더한 집착이 담겨 있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작가에 의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독자는 사건의 해결보다 인간의 본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기존 미스터리 문학이 논리적으로 완벽한 사건 구조에 급급했다면 작가는 한발 더 나아가 문학 본연이 지니고 있는 인간의 본성까지 파헤친다.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완전한 사건 구조를 따지기에 앞서 작가가 화두로 남긴 듯한 인간의 본질, 그 자체에 진한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추리소설은 사건의 내말을 진단하는 판사가 그것을 소재로 직접 썼다는 점에서 일반 추리극과는 다른 사실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재직중인 작가 도진기(사법연수원 26기) 서울고법 판사는 ‘선택’으로 올 여름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추리작가로 데뷔했다. 도 판사는 이 소설 이외에 추리물 장편 2권을 추가로 구상 중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도진기 지음ㅣ들녘ㅣ각권 1만2천원
현직 판사가 쓴 미스터리 추리소설집 두 권이 서점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는 이미 추리소설을 낸 경험이 있는 도진기 판사다. 본격 미스터리소설 시리즈 ‘어둠의 변호사’는 사건에 대한 의문과 범인의 트릭을 논리적으로 파헤쳐 진실을 규명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소설에서 ‘어둠의 변호사’ 고 진을 등장시켰다. 법조인으로 사건을 분석해 온 경험을 소설에 녹여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백 퍼센트 상상에 의존한 글”이라고 경험적 소재 적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글에는 법 구조의 문제점과 논리의 비현실성이 녹아있다. 가령 “형사소송법과 온갖 구질구질한 절차를 거쳐서 겨우 고양이 눈물만큼 밖에는 처벌할 수 없는 법률의 굴레가 싫어서 법원을 나와 버렸다”는 문장은 그것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형 탐정을 표방한 ‘어둠의 변호사’ 고 진은 어쩌면 작가와 닮은 모습일 것이다. 판사직을 내던지고 법의 테두리 안팎을 넘나들며 암약하는 주인공 변호사의 모습에 작가의 자아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또 다른 주인공 이유현은 경찰대를 졸업하고도 제 발로 강력계에 발을 디딘 열혈 경찰이다. 그들의 활약은 추리소설의 전설이 된 ‘홈스와 왓슨’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두 주인공은 ‘홈스와 왓슨’의 잔영에서 벗어나 개성 강한 캐릭터로 각인된다.
작가는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구조를 명쾌하고 확실한 논리로 풀어내면서도 범죄를 일으킨 범인과 범죄를 해결하려는 ‘어둠의 변호사’ 사이의 욕망에도 돋보기를 들이댄다. 단순히 논리와 추론에 맞춰 평면적으로 인물들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층적인 인간의 내면과 실체를 드러낸다. 그 속에는 꿈틀대는 추악한 욕망이나, 자기 목숨에 대한 사랑보다 더한 집착이 담겨 있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작가에 의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독자는 사건의 해결보다 인간의 본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기존 미스터리 문학이 논리적으로 완벽한 사건 구조에 급급했다면 작가는 한발 더 나아가 문학 본연이 지니고 있는 인간의 본성까지 파헤친다.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완전한 사건 구조를 따지기에 앞서 작가가 화두로 남긴 듯한 인간의 본질, 그 자체에 진한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추리소설은 사건의 내말을 진단하는 판사가 그것을 소재로 직접 썼다는 점에서 일반 추리극과는 다른 사실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재직중인 작가 도진기(사법연수원 26기) 서울고법 판사는 ‘선택’으로 올 여름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추리작가로 데뷔했다. 도 판사는 이 소설 이외에 추리물 장편 2권을 추가로 구상 중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Book 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릴이 탄생하기까지, 스릴의 탄생 (0) | 2010.10.11 |
---|---|
자크 아탈리가 소설을 썼다고? (0) | 2010.10.04 |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베스트셀러 `3위` (0) | 2010.09.15 |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막심 샤탕의 걸작 추리소설 (0) | 2010.09.15 |
`아직도 홈즈·루팡?…한국 추리소설 매력에 빠져 봐라` (0) | 2010.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