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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법조인 꿈꾸는 아이에게 딱 좋은 얘기, 머리 좀 쓰며 읽는 추리소설

저격수 2011. 1. 16. 01:31
시어도어 분
존 그리샴 지음
신선해 옮김
문학수첩
296쪽, 1만원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살해 당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남편은 능란한 변호사와, 전직 연방 요원인 ‘무장한 악당’의 도움을 받는다. 결정적 증언을 할 ‘숨은 목격자’는 있지만 증언을 하기엔 형편이 좋지 못하다….

 총칼이 난무하는 등 이야기가 숨가쁘게 전개되는 추리 소설의 얼개를 갖춘 셈이다. 그런데 외신은 “청소년 추리소설 독자들의 동지가 될 새로운 해결사가 등장했다”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교육적이기까지 하다” 등 호평 일색이다.

 13살 짜리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지은이의 솜씨 덕분이다. 변호사로, 주 하원의원으로 활약한 그리샴은 『펠리컨 브리프』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등 영화로도 만들어진 법정소설로 20년 이상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추리소설의 거장. 그의 첫 청소년물에서도 이야기 솜씨는 빛을 발한다.

 무대는 인구 7만 5000명 규모의 소도시 스트라텐버그. 시어도어 분은 부모가 모두 변호사인 덕에 법원과 변호사 사무실이 놀이터이자 공부방인 법조인 지망생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곤경에 빠지거나 집 나간 애완견이 동물보호소에 끌려가 속을 태우는 친구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해주던 ‘소년 변호사’ 분이 ‘부자 동네’ 웨이벌리 크리크에서 벌어진 마이라 더피 살인 사건에 얽혀든다.

 100만 달러의 보험금을 노려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마이라의 남편 피트 더피는 ‘정황증거’ 뿐이어서 무죄 판정이 유력하다. 한데 분은 부모와 함께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가족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던 중 그들의 사촌이 결정적 장면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사촌은 불법체류자여서 모국으로 추방될까봐 공개증언을 꺼리는데….

 재판 풍경, 치열한 법정 공방 속에 깃든 정의 구현과 증인 보호라는 만만찮은 윤리적 문제를 다루는 그리샴의 솜씨는 여전하다. 여기에 막 이성에 눈 뜨기 시작한 분과 8학년 중 가장 예쁜 여학생 할리 사이의 로맨스 코드, 분 가족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정경이 든든하게 받쳐줘 읽는 재미를 높인다.
 우리와는 법 체계가 다르긴 하지만 법조인을 지망하는 중학생들에게는 맞춤이다. 단 하나, 이 책의 결점은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리즈 첫 권인 탓인데 흥미진진한 복선이 깔려 있어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는 한다.

김성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