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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부모가 연쇄살인마?…`유리고코로`

저격수 2012. 6. 8. 09:04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걸작 미스터리와 하드보일드 소설에 수여하는 '2012 오야부 하루히코' 대상 수상작 '유리고코로'가 번역 출간됐다. 2004년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으로 56세에 데뷔한 신예 누마타 마호카루(64)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약혼녀는 실종,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사망, 아버지는 췌장암 말기…. 애완견을 돌봐주며 한가로이 살던 주인공 '료스케'에게 불행은 거듭 반복된다. 그리고 병세가 짙은 아버지를 만나러 들른 집, 빛 바랜 노트 네 권을 발견한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사포를 핥는 것 같은, 스웨터를 맨살에 입어 가려워 죽을 것 같은. 어쨌든 주변의 모든 것이 정체불명의 적의를 품고 무섭게 번뜩였습니다.'

다정했던 어머니와 아버지 중 한 명이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소설은 아무 죄책감 없이 사람들을 차례로 죽이는 과정이 담겨 있는 이른바 '살인 보고서'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독자는 작품 속에 들어가 '료스케'의 시선으로 살인의 기록을 읽게된다. 그리고 주인공처럼 허구가 아닌 누군가의 고백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작가는 소설의 결말에 다다를 때까지 '살인 보고서'의 주인공을 노출시키지 않음으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수기의 주인공은 인간이라면 갖춰야 할 것을 상실한 무심하고도 서늘한 기운을 가진 캐릭터다. 하지만 소설이 진행될 수록 등장인물의 깊이는 깊어지고 그들 사이의 관계도 끈끈해진다. '살인 보고서'는 그렇게 온기를 지닌다.

'도쿄섬', '아웃'으로 친숙한 기리노 나쓰오(61)는 "이런 불가사의한 소설은 처음 읽었다. 공포와 슬픔이 어느새 행복으로 변해간다"고 평했다. 민경욱 옮김, 332쪽, 1만3500원, 서울문화사

kafka@newsis.com